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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랑 - 6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35 1,178회 0건
시간은 늘 그렇듯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기의 박자에 맞춰 흘러간다.
어떤 때는 무척 빠르게 느껴지고, 느리게 느껴지지만 항상 같은 박자로 흘러가는 것이 바로 시간인 것이고, 다만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한때는 시간이 지금의 속도보다 열배는 빠르게 흘러가기를 원하고 기도를 한 적이 있었다.
너무 힘든 시기였고, 누구도 나에게 진심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어려웠을때는 항상 친절하게 대하다가도,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에게 모질게 대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실망을 할 때면 더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서 빨리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

2012년의 연말과 2013년의 연초도 빠르게 흘러갔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으로 흘러간다.
겨울에 준비를 하여 학회지에 논문도 실었으며, 결혼 전부터 준비하던 책도 봄을 맞아 출판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미연이는 쌍둥이의 출산을 앞두고 아이옷 등의 용품을 준비하고 몸관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현주씨가 아이의 침대를 두 개 다 준비하여 미리 선물을 해주었다.

많은 일들이 생기고 또 준비를 하는 시기였지만 사무실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잇었다.
하나의 일이 정리가 되면 다시 다른 일들이 벌어지며 긴장을 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근무를 한 곳이 공공법인이지만 개인의 소유인 것처럼 운영이 되기에 자신의 친인척들을 배치하기 시작했고, 주로 안정된 곳으로 먼저 진행되었다.
지금의 사무실도 처음에는 누구도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었지만 내가 와서 한동안 제대로 급여도 받지 못하며 일을 한 덕으로 안정을 시키고 이제는 큰 사고만 일어나지 않으면 원활하게 운영이 되는 것으로 보이자 자신의 친인척이나 가까운 직원을 보내려 하고 있다.
실망을 많이 하고 있는 나에게 미연이는 이 기회에 아예 학교의 자리를 알아보고 지원을 하라는 조언을 해 주었고, 설사 지금은 힘들더라도 우리의 경제적인 상황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고 만약에 있더라도 자신이 있으니 걱정말고 힘을 내라는 용기를 준다.

미연이 자신도 만삭이 가까운 몸으로 마음과 몸이 힘들지만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그 말을 듣고 여름에 공고가 나는 학교에 지원을 하기로 하고 그 동안 내가 수행했던 연구자료를 미리 정리하고 잠시 쉬었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서울의 학교에 가면 좋겠지만 요즘은 일부 학교에서 강의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돈을 내야하기에 그런 부담이 없는 학교를 알아본다.

아버님께 상의를 드리면 더 수월할 수도 있지만 정년을 앞둔 분께 부담을 드리기 죄송스러워 그냥 혼자서 진행을 한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경기도나 아니면 충청도의 소재 대학이면 만족할 것이다.

사무실의 어수선함으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기본적인 업무만 보는 상태에서 다른 진로를 알아보는 생활이 당분간 계속 진행된다.
그동안 미연이는 만삭이 된 몸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아이의 출산과 출산 후에 집을 비울동안 내가 지낼 준비를 차근차근히 하고 있다.
그런 미연이에게 나의 어수선함을 보여주지를 않고 그저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겨울을 벗어나 봄을 맞이하는 시기에 드디어 미연이는 진통을 느끼기 시작하여 바로 병원으로 간다.
병원에서는 아직 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더 기다리다 집으로 오게 되었지만 혹시 모른다는 불안감에 어머님께서 아예 짐을 가지고 들어오신다.
결국은 아버님만이 혼자 계셔야 하는 상황이 발생이 되자 아버님께서도 학교에 가시는 일만 빼고는 거의 아파트로 오시게 되어 네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서 지내게 되었다.

다시 며칠이 지나고 미연이의 진통이 시작되었으며 우리는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급하게 이동한다.
구급차 안에서도 미연이의 고통은 계속 되었으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의사의 간단한 진찰을 받고 잠시 입원을 한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짧은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큰 진통과 함께 열달 가까운 시간동안 엄마의 배에서 자라던 쌍둥이가 우렁찬 소리와 함께 세상에 자신들의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긴 시간의 진통과 분만의 과정을 거치며 미연이의 온 몸은 땀으로 젖었고,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나의 마음은 눈물로 젖었다.

먼저 나온 딸과 불과 10분의 차이로 나온 아들의 건강상태는 너무 좋았고, 가장 걱정을 많이 한 미연이의 건강도 별 이상이 없다는 진찰 결과가 나오자 나와 아버님, 어머님의 얼굴에는 비로소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이제 나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미연이와 나는 한번에 딸과 아들을 얻었으며, 우리의 딸과 아들인 동시에 외손녀와 외손자가 되어 커다란 기쁨이 된다.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면회가 가능한 시간이 되기 훨씬 전부터 신생아실로 가서 아이들을 보시며 행복에 겨워하시고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는 나와 미연이는 더불어 즐거운 모습을 보인다.

병원에서 며칠동안 입원을 하며 다른 검사까지 마친 후 처갓집으로 퇴원을 하였고 당분간은 처갓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언제 하셨는지 벌써 아이들을 위한 모든 시설을 다 해놓으시고 필요 물품들도 전부 준비를 하신 두분의 노력에 나와 미연이는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만하고,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정성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날씨가 따뜻한 봄에 태어나서인지 아이들의 건강은 큰 이상이 없이 잘 자라고 있으며 아버님과 어머님의 정성으로 미연이의 몸도 빠르게 회복이 되어 간다.
나는 퇴근을 처갓집으로 해서 함께 지내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가끔 집에 일이 있거나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잠시 다녀오는 방법으로 시간을 보낸다.

두 분의 정성으로 아이들은 땅에 내려놓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귀여움과 사랑을 받고 있고, 그런 모습을 보며 미연이는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이에게 나쁜 습관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한다.

- 엄마, 아빠, 자꾸 아이들을 그렇게 안아주기만 하니까 밤에도 계속 그래서 제가 잠을 못자요.
- 알아, 그래도 손자들이 예쁜데 어떻게 해? 니가 이해해라.
- 그럼, 아파트에 안가고 여기서 살아요?
- 그거는 내가 알바 아니지. ㅎㅎ
- 엄마~~~
- 그래도 이렇게 예쁜 걸 어떻게 해? 너도 손자들 낳으면 알거야. 니가 참아.

결국 미연이는 혼잣말을 하며 자리를 옮긴다.

- 요즘 사무실이 좀 안좋다며?

식사 후에 가족이 차를 마시는 시간에 아버님께서 먼저 말씀을 꺼내신다.

- 예, 아무래도 인사에 있어서 말이 많이 나와서요.
- 그 분야도 그렇게 인사를 하면 안되는데, 걱정이야. 그럼 계획은 세웠고?
- 학위도 받았고, 학회지에 논문도 꾸준하게 올렸으니까 학교로 가는 준비를 하려고요.
- 좋은 방법인데, 요즘 학교도 복잡하잖아.
- 그래도 학교가 더 좋기는 하죠.
- 맞아, 학교가 좋지. 아이들도 태어났으니까 더 노력을 해야겠지.

- 아빠, 그 부분은 오빠를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요. 오빠가 만약에 쉬어야 한다면 쉬어도 좋을 거 같아요. 만약 우리가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도 오빠가 힘들어하면 우리 가족에게 영향이 크잖아요!
- 그래, 미연이 말을 이해해. 잘 하고 있는 거야. 학교는 내가 좀 알아봐줄까?

이 정도면 아버님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그 말씀에 온 식구의 눈이 커진다.

- 아닙니다. 일단은 제가 해보고 정 힘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응, 역시 내가 원하는 답이야. 그런데 나도 내 딸과 외손주들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한거야. 열심히 해보자고,
- 예, 알았습니다.

- 참, 영훈이가 곧 약혼을 한다더라. 결혼은 가을로 날짜를 잡으려 한다던데.
- 축하할 일들이 계속 이어지네요. 정말 잘 되었어요. 어떤 여자들도 다 싫다고 하더니 한 번에 정리를 하네요.
- 그러니까, 미연이가 결혼을 하더니 바로 영훈이까지 결혼상대자가 나왔다고 니 이모가 너무 좋아하는 거야.
- 오빠가 들어와서 그런 거겠죠. 글쵸?

- 그래, 미연이 말이 맞다. 아주 복덩이야. 이 두 손주들도 복덩이가 될거고.
- 감사합니다. 저에게도 미연이가 아주 큰 복입니다.
- 둘다 복이 만난거야. 덕분에 나와 장모가 덕보는 거고, 그렇게 생각해. 아주 좋아.

호탕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서로를 복이라고 생각하고, 그 복이 다시 나에게로 와서 더 크게 커진다는 말씀이 상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덕분에 더 행복이 커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배울점이다.

꽤 오랜기간 동안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던 미연이는 이제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오기로 한다.
비록 몸은 편할지 몰라도 자신의 집이 더 편하고 그립다는 말과 함께 이제 아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보여주고 적응을 해야 한다는 뜻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오래전부터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나였기에 걱정은 없었으나 그래도 혹시 몰라 먼저 아파트에 가서 점검을 하였고, 미연이가 오기 전날에는 청소를 한번 더 꼼꼼하게 하였다.

이윽고 미연이와 딸 승연이, 아들 승환이를 데리고 오는 날에는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함께 오셔서 그동안 준비한 상황을 함께 둘러보시고 흡족한 표정으로 하셨다.
이 곳에서 지낼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설어 울음을 터트리곤 하였지만 미연이의 달램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달램으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고 두분께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셨고, 쌍둥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가시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간신히 쌍둥이를 달래고 기저귀를 확인하고, 모유를 먹이는 모습이 어머니의 모성애가 자연스럽게 풍겨나와 더 아름답다.
이제 우리 네 식구만이 있는 이 공간에서 가족의 완전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가정을 꾸미기를 얼마나 노력했고 꿈꾸어 왔던가?

아이들을 따로 재우는 것이 불안하고 불편해서 안방의 우리 침대옆에 아기 침대를 놓고 잠을 잔다.
첫날부터 밤에 동시에 울어대는 쌍둥이의 욕구표현으로 잠을 제대로 못자 피곤하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만들고 달래주는 기쁨으로 충분히 넘치는 기쁨을 받게된다.

이제 대학교에서 신규교수를 선발하는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하고 서울권과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를 중심으로 응시원서를 작성하고 준비한다.
비록 다른 사람들처럼 외국에서 학위를 받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오랜시간동안 쌓은 경력과 틈틈이 강의를 했던 경력을 중심으로 나를 표현하기로 한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피곤하고 바쁜 미연이도 시간을 만들어 도와주니 논문의 요약본을 비롯해서 여러 서류들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쉽게 만들어 낸다.
이래서 배우자의 도움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느낀다.

- 미연이가 도와줘서 준비가 아주 수월하게 끝나네. 혼자서 하던 때와는 뭐든지 다 달라.
- 서로를 도와주라고 부부 아닌가요? 저도 오빠한테 많은 도움을 받고 배우고 있는 걸요.
- 나한테? 난 기억이 없는데?
- 오빠는 잘 몰라요. 평상시의 행동, 생각 모두가 배울점이예요. 그런 것이 많아서 더 오빠가 좋고 사랑하는거고요.
- 이런,,, 앞으로 더 조심해야 겠어.
- 나를 먼저 생각하라고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좋아요. 제가 힘들때 말로 오빠가 힘든 것 다가져가고, 나는 편하게 해달라고 해서도 안되는 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친하지 않은 친구가 동기 모임에 와서 하는 말이, 자기가 돈이 부족해서 남편에게 돈을 달라고 하고, 그 남편은 그때마다 남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준데요. 그러면 자기는 그 돈으로 또 지내고, 일년정도 있다가 다시 대출을 받아달라고 조르고, 싸우고, 자기는 그렇게 사는 것이 좋데요. 남편이 매달 생활비를 주고 살림에 필요한 물건을 불평없이 다 사주는데도 돈이 없어서 카드를 쓰고, 자신의 책임으로 부족한 돈을 남편이 대출로 메워주고, 그런 생활을 하는 것이 좋고, 행복하다고, 그런데 이상한 것은요? 남편이 잘 되는 것을 못봐요. 학원에 다닌다고 해도 반대하고, 공부를 한다고 해도 반대를 해요.
- 왜 반대를 해?
- 차라리 그 돈을 자기한테 달라는 거죠. 너무 이상한 생각이고, 이상한 친구예요. 그래서 그 친구를 아예 안봐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요, 그런 부류의 친구들끼리 만난다는 거예요. 이해를 못 하겠어요.
- 그래서 내가 행복한 거야. 너무 미연이가 고맙고.
- 어느 한쪽만 행복한 것은 행복한 것이 아니예요, 모두가 행복해야죠. 참, 아버지가 별장을 주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
- 그냥 두시면 좋을텐데, 그래야 우리도 마음이 편하고 두 분도 늙으시겠지만 끝까지 본인의 재산은 있어야 좋은 것인데 말이야.
- 그래도 워낙에 결정을 물리지 않는 분이시거든요. 저도 마음이 불편해요.
- 당분간은 그냥 있어보고, 그래도 또 말씀을 하시면 받아야 겠지. 그리고 별장 밑에 있는 땅도 좋던데, 그 땅도 아예 사서 가지고 있을까?
- 거기는 저도 아는데요, 값도 오르지 않을 거예요. 예전에 도로가 생기면서 워낙에 많이 뛰어서 더 오르지는 않을 거예요.
- 맞아. 그런데 우리도 아이가 둘이니 나중에 하나씩은 주려고, 아버님께서 지금 별장을 주신다고 해도 당장은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거고, 주셔서 받아도 그 곳은 그냥 두분이 사용하시도록 해. 우리는 그 밑에 있는 땅을 사서 다시 별장을 짓고 우리가 사용하고, 두분만의 공간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 거 같아서,
- 과연 허락을 하실까요?
- 일단은 말씀을 드려봐야지.

마침 쌍둥이들이 일어나서 울기 시작한다.
나와 미연이가 동시에 들어가 같은 행동을 같은 속도로 아이들의 기저귀를 확인하고 갈아주었으나, 젖을 주는 것은 내가 하지 못하므로 미연이가 승연이 젖을 주는 동안 승환이를 안고 달래준다.

교대로 젖을 다 주었더니 이제 배부르다고 웃으며 장난을 친다.
서로 한명씩 안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 이번에 땅을 받게되면 아버님께 차를 드리고 싶은데, 어떨까?
- 그것도 좋을거예요. 아빠차를 엄마가 가지고 다니셔서 조금 불편해 하셨거든요.
- 그럼 어떤 차를 좋아하실지 모르겠어. 세단형인지 RV형인지,
- 예전에는 세단을 가지고 다니셨는데 조금 불편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나 해드릴려고 했었어요.
- 응, 알았어. 내가 알아볼게.
- 튼튼하고 눈길에서도 안전한 차를 했으면 좋겠어요. 아빠 성격상 너무 튀지 않고 무난한 디자인으로요.
- 그럼 내차와 비슷한 걸로 볼까?
- 그러면 좋을 거 같아요. 예전에 오빠차를 보시고는 슬쩍, 그리고 자세히 살피시더라고요.
- 이런, 미쳐 내가 몰랐어. 아예 말 말나온 김에 지금 보자.

우리는 노트북을 가져와 차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얼마간을 찾아보니 4륜구동이어 눈길에서도 조금은 더 안전하게 운전이 가능하고, 시야가 넓어 운전하기 편한 차량이 눈에 들어온다.
아버님의 연세가 있으시고 오랜 사회생활을 하셨으니 이제 조금은 비싼차를 타시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 이차는 어때? 내가 보기에는 좋은데,
- 오빠 차하고 비슷은 한데 가격은 꽤 비싸네요.
- 그래도 아버님의 연세도 있고 그동안 사회생활도 하셨으니까 좋을 듯 해.
- 저도 좋기는 한데, 돈 많이 썼다고 혼날까봐요.
- 내가 혼나지 뭐. ㅎ 이차로 알아보자.
- 그래요. 저도 조금이라도 보탤께요.
- 아니야. 이 차는 내가 할게. 걱정하지마.
- 그러면 아마 아빠가 안 받을거예요. 제가 보탰다고 해야 혼나도 둘이 혼나죠. 그런데 쌍둥이들이 있으니 아마 혼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ㅎㅎ
- 그런가? 역시 미연이야.

나보다 더 생각이 깊은 미연이다.
아마도 이렇게 깊은 생각을 지니게 된 것은 어릴때부터 좋은 것을 보며 크고, 자기도 책을 보며 생각을 다듬었기 때문일 것이다.
승연이와 승환이도 이렇게 키우고 싶다. 미연이와 함께.

우리가 바라는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기 시작했으나 좋은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가 않는다.
서류를 통과해도 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수고, 어느 학교는 아예 서류를 통과하지도 못한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꾸 같은 현상이 반복이 되니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게 되고 의욕도 읽게 된다.
옆에 미연이가 있고, 무럭무럭 커나가는 쌍둥이가 있으니 내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그러던 중 서울 근교의 학교에서 공고가 나왔으며 다시 지원을 하였고 서류 전형을 거쳐 강의 진행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주제를 받아 그동안 진행한 강의를 참고하여 교안을 만들고 주어진 시간에 맞춰 다시 다듬고 연습이 들어간다.
미연이와 쌍둥이들 앞에서 강의 연습을 하는데 무엇이 좋은지 쌍둥이들은 장난도 안치고 조용히 듣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차분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으며, 그런 나를 미연이는 평화로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강의 평가를 통과하고 최종 면접에 들어갈 때는 세상에서 가장 긴장을 한 마음이었으나 막상 면접에서는 편안한 마음이 찾아왔고 원만하게 과정을 끝낸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로 이사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힘들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이번에 나쁜 결과가 있더라도 다음 기회를 보면 되기에 잠시 잊고 지내기로 한다.

그동안 새로운 정부의 일을 하느라 많이 바쁘게 지내던 선배를 저녁시간에 만나게 되었다.
조용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의 도움이 새로운 정책을 세우고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며 윗분들의 감사 인사를 대신한다.
그저 선배를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조금 도와준 것이고 무엇보다 후보 토론 준비를 이해 잠시 뵈었던 당시의 후보가 너무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해 준것에 대한 보답이 큰 것이므로 그런 감사의 인사는 사양을 한다.

- 요즘 많이 바쁠텐데 이렇게 일부러 시간을 내주니 감사하네요. 건강은 잘 지키죠?
- 건강이야 내가 노력해야지. 네가 쓴 책도 모두 함께 보고 있는데 아주 글이 좋던데. 연설문을 써도 좋을 정도야.
- 너무 과분한 말은 하지 마요. 그럴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요.
- 네가 진짜 너무 수줍어하는구나. 사무실이 복잡하다고 하던데, 도움을 줄까?
- 그거는 사양할게요. 윗분의 뜻도 아닐거고, 제 개인적인 것에 개입을 하게되면 나중이라도 누를 끼칠수도 있어요.
- 그래도,, 참, 학교를 알아본다며?
- 예, 이제는 옮기고 싶어서요.
- 그거는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는데, 또 거부하겠지?
- 잘 알면서 왜 그래요? ㅎㅎ

나의 작은 도움을 이렇게라도 보답하려는 선배의 모습에서 마음을 느끼지만 일단은 내가 해결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 요즘에 전 정권에 대해 아주 시끄럽네요. 괜찮은 거죠?
- 그러게, 너무 복잡해. 어찌 그렇게 했는지 모를 정도야. 우리가 다 아는 기업의 이름도 있고, 잘 모르던 기업의 내용도 있고, 점점 커지는 분위기야. 그래도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는 것이 윗분들이 뜻이니까.
- 하기는 윗분의 성향을 잘 아니까 그러실거예요.

얼마전에 현주를 잠시 만났을때, 은경이가 자신과 남자친구의 회사가 여러모로 힘이 들고, 특히 지난 정권과 관련된 것으로 수사를 받고 있고 이 여파로 회사도, 그 집안도 모두 힘들어 구해줄 연줄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 특히 그리 크지 않은 기업인데 어느 기업의 사태가 심각해. 알려지지 않고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더라고, 그런데 웬 인맥이 그리 많은지, 아주 청탁이 많아.
- 그래요? 그런 자리를 마다하고 저를 만나주시니 감사하네요. ㅎㅎ, 원래 그렇잖아요?

차를 한잔 마시고 다시 이야기가 이어진다.

- 얼마전부터 뉴스에 본격적으로 나오는 한주실업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많은 것들이 나오고 있어.
- 윗분의 생각은 여전하시잖아요?

역시 한주실업이다.
잠시 은경이 일로 고민을 하지만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한다.

- 너도 잘 알잖아? 그 업체하고 너하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 상황을 듣다보니까 그 곳의 아들이 중요하게 올라오는데 아주 화려하게 살았더라고, 웬만한 여자들은 다 건들려고 하고, 실제로 연예인들도 그렇고 대학생들도 그렇고 많이 건드렸어. 거기다가 비자금까지 흘러간 것이 보이고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의 여자친구가 나오더니 너의 이름도 잠시 흘러나와서 너무 놀랐어. 걱정이 되고,

역시 내가 예상했던 그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그저 담담하게 그간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 그렇군요. 저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내가 결혼하기 전의 일이고, 아무리 알아봐도 법적으로 책임을 질 일은 없을 거예요. 책임을 져야 한다면 가족에게 용서를 구해야 겠죠. 그래도 이제는 상관이 없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제가 관여할 일도 아니잖아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앞에 놓인 물을 마시는 선배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흐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웃는 눈가의 주름이 더 깊어져 있는 것을 보니 그 자리가 힘이 있는 만큼 책임감도 무거운 자리라는 것을 알겠다.

- 윗분이 아직도 너를 기억하고 계셔. 가능하면 함께 일을 하자고도 하시고, 잘 생각을 해봐.
- 예, 알았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 왜없냐? 너의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까. 그리고 니 책을 보고 네가 쓴 논문을 보고, 너의 강의 사항을 보시고 계셔. 연설비서관도 잘 하실거라고 하시던데.
- 형, 저 그 정도는 아니예요. 집에서도 반대할 거고요.
- 너 처갓집도 아주 좋더라. 장가 잘 갔어. 잘해.
- 너무 무서워요. 저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조사를 하시는군요.
- 걱정마라. 그저 인사정책에 의한 것이야. 인사검증시스템이지.

아마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가동한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나의 뜻은 변함이 없음을 다시 이야기하고 이제는 식사를 해야 겠다.

- 형, 밥이나 먹죠? 오늘은 형이 사요.

이렇게 오랜만에 즐거운 식사시간을 갖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중간 중간에 형에게 여러 전화가 왔지만 간단하게 응대만 하고 우리의 이야기에 집중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은경이의 일에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이 잘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여러 문제를 확인하던 중에 그 기업의 자금이 움직였음을 확인하였으며 결국에는 비자금까지 들어나고 그 비자금의 모금과 분배에 그 회사의 회장과 아들의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 아들의 주위를 살펴보니 결국에는 은경이와 은경이의 집안이 함께 도움을 주고 이득까지 취한 것이 나타나 은경이의 주위를 확인하게 되었고 나의 이름이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나의 역할은 없는 것으로 나왔기에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며 내가 아직도 그 여자에게 미련이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나야 당연히 미련도 없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며, 도움이 된다고 해도 도움을 줄 생각도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인사이동이 발표가 되었으며, 예상한 데로 나의 자리에는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오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나는 한참 운영이 어려워 누구나 가기를 꺼려하는 곳으로 이동이 발표가 났기에 다시 예전의 그 고생을 하여야 한다.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발표가 났으므로 인수인계를 위한 준비를 하기위해 야근이 늘어갔고 그와 더불어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일단은 학교의 발표를 기다리며 인사이동에 응하기로 결정을 하였기에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움직인다.
새로 이동을 한 사무실은 예전에 일한 사무실과는 다른 엉뚱한 체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모든 것이 자리가 잡히지 않은 분위기다.
거리도 멀어져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예전보다 더 길어졌고 야근을 많이 해야하기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볼 시간이 더 줄어들기 시작한다.
피곤하고 가족들을 볼 시간이 줄어들어 우울한 시간이 자꾸 흘러만 가고 그럴수록 학교의 발표만 기다리는 마음은 더 커져간다.

그런 시간을 보름이 넘게 기다리는 동안 학교를 포기하고 다른 학교의 공고를 찾고 준비를 한다.
이번에도 비슷한 지역의 학교에 지원을 하기로 하고 늦은 밤이지만 혼자 서류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재우고 미연이가 들어와 옆에 앉으며 나의 어께를 가볍게 다독여 주고 뒤에서 내 목을 안고 볼에 키스를 해준다.

말없이 어께를 다독여주는 미연이의 마음을 알기에 다시 힘을 내서 도전을 위한 준비를 한다.
이러한 도전이 무모할 지라도 과정을 통해 더 배우는 것이 있고 가장 큰 느낌은 나를 믿고 따라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최종 면접까지 본 학교에서 연락을 받는다.
면접을 보고 난 후에 여러 일정이 겹쳐 이제야 연락을 한다는 것이고, 이번 교수모집에서 최종적으로 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연락을 받으니 먼저 미연이와 쌍둥이들이 떠오르고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장인, 장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2학기부터 강의를 맡아달라는 말과 함께 정식 계약을 위한 절차와 서류를 메일로 보내주기로 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미연이에게 연락을 하였으며 미연이는 행복해하는 목소리로 축하와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퇴근을 하여 집으로 들어가니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도 모두 오셔서 케揚?준비하고 와인을 준비하여 축하를 해 주신다.
더불어 쌍둥이들도 무엇을 아는지 밝은 웃음으로 나를 맞이해주니 우리의 행복은 더 없이 높이 올라간다.

- 축하해. 정말 축하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하더니 드디어 목표를 이루는구나.
- 감사합니다. 아버님께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 아냐, 아냐, 내가 도와준것도 없어. 혹시 구설에 오를까봐 그 학교의 아는 보직교수들한테 연락도 안했어. 이제 결정이 났으니 내일쯤 전화를 하려고. 정년트랙이니 안심은 해도 요즘은 워낙에 연구실적을 중시하고, 취업을 중시하니까 노력을 더 많이 해야할거야.
- 예,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연봉이 얼마될지 모르지만 밖에서 보는 거하고는 차이가 있어. 대신 외부의 연구를 하고 토론 참석, 심사 참석등의 일들이 있으니 조금 괜찮을 거고.
- 예, 그 부분은 감수를 해야죠.

- 월급이 적으면 우리 쌍둥이는요? ㅎㅎ
- 그래도 먹고 살만은 할거다.
- 괜찮아요. 난 오빠가 집에서도 책을 보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쌍둥이가 배우기를 바래요. 그게 돈보다 더 좋아요.
- 응, 그렇게 생각하면 될거야.

이윽고 아버님께서 별장을 이야기 하시고, 다시 우리의 의견을 말씀드린다.
받기는 하겠지만 계속 사용하셔야 하고, 그 밑에 있는 땅을 사서 형편이 풀리면 별장을 하나 더 지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린다.
그래야 두 분께서도 직접 지으신 별장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용하실 거라고 설득을 한다.

아무말없이 듣고 계시던 장모님의 허락을 받아내니 아버님께서도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이윽고 미연이가 쌍둥이를 두 분께 하나씩 안겨드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차에 관련된 서류를 들고 나온다.
학교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에 조금씩 준비를 하여 차를 아버님의 명의로 계약했으며 출고가 되려면 보름정도가 남았다.

마침 교수 임용이 결정되었고, 그 선물에 대한 의미로 별장을 주셨으니 우리는 아버님께서 은퇴를 하시고도 편하게 사용하시라는 의미로 차를 드리는 것으로 한다.
처음에는 놀라셨지만 쌍둥이를 바라보시고는 받아들이시기로 한다.
대신 다음부터는 절대로 큰 돈을 쓰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서 나중을 대비하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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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재충전하는 주말의 끝자락을 잘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주도 역시나 바쁘고 정신이 없으셨으니 쉬는 잘에는 잘 쉬셔야죠.

오늘도 일때문에 나갔다 들어왔더니 마구 졸리네요.
이런날에는 일찍 자야하는데 집에서도 할일들이 남아 있으니 조금 더 해야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글을 올리고 나면 빨리 다음 글을 올리고 싶고, 스스로 약속을 하지만
마음처럼 진행이 되지를 않아 답답하네요.

그래도 많은 응원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댓글을 주시는 예전흥황님, T빤쥬메냐님, 심심한 만호님, 흰트라제님,칙칙그라님, 심심한 만호님,,
모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남편왔어님, 진짜로 그러고 싶은 마음입니다. ㅎㅎㅎ
은님, 진짜 길기는 길더군요. 디얼럽님 말씀 감사합니다.
다른 모든 분들에게도 늘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을 올리고 나면 달리는 댓글과 추천으로 항상 기분이 좋더군요.
자극도 함께 받게 되고요.

남은 주말시간에도 행복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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