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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9 1,300회 0건
[SF]갈등(6)


1천6백년간 시공을 초월한 안배를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옛날 환웅이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내니 환인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을 내려다보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 만하다하여 천부인 세 개를 주어 내려가서 한반도를 다스리게 했었다.
환웅은 무리 삼천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이곳을 신시라 불렀으니 백제 의자왕에게 명해 삼천명의 궁녀를 이곳으로 보낸 바와 같은 이치이다.
환웅이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곡식, 수명, 질명, 형벌, 선악 등을 주관하면서 인간의 삼백예순 가지나 되는 일을 맡아 세계를 다스리고 교화한 것이니, 지하국의 빛과 시간을 다스리며 바다를 갈라 왜의 침략을 막는 일은 다 한가지라.
단군이 평양성에 도움을 정해 조선이라 일컬음에 그의 태어남이 이 곳 지하국의 통로인 백두산 천지 아래로 통하는 동굴입구로써 웅녀로 알려진 곰과 호랑이가 삼칠일동안 마늘 스무개로 연명하던 곳이니, 제국의 안배가 치밀함은 그저 우연한 바가 아니라 할 것이다.

단군왕검이 이 곳에서 일천오백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주의 무왕이 왕위에 오른 기모년에 기자를 조선에 봉하매, 단군은 아사달로 숨어 산신이 되었는데, 그때 나이 1908살이었다.

단군은 기자에게 ?겨 아사달까지 숨으며 먼 미래를 바라보았다.
내 후손이 환인, 환웅의 자손으로 세계를 다스릴 운명을 갖고 있으나 중원대륙으로부터 거센 기운에 밀려 부침이 심하여 자칫하면 자손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본시 한 자손일지라도 자라온 환경이 다른 탓에 조상이 품은 뜻을 미쳐 깨닫지 못하고 서로 싸우며 자멸할 기운이 보였다.

아직 대륙의 힘이 반도에 미치지 않는다 하여 미래를 훤히 들여다 볼 때 대비하지 못함은 환웅 아버지의 뜻을 펼쳐지 못하는 바 크고, 중원대륙으로부터 끊임없는 외침을 받아 끝내는 종족 보존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주몽의 꿈에 현신하여 대륙을 통치할 힘을 주었으나 대를 이어 힘을 축적하고 올바른 정치를 실현함으로써 세계를 바로 잡아갈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져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668년 고구려마저 이 땅에서 사라질 때, 단군의 안배에 의해 고구려의 보장왕은 조상이 태어난 곳을 택해 삼천쌍의 선남선녀를 지하국으로 은밀히 보낸 것이다. 단군이 나라를 다스린지 1천5백년, 후손이 세계를 탐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은 1천6백년.

황제 주경영은 먼 옛날 고구려를 세웠던 주몽의 후예이며 지하국의 황제이며, 통합 지구국의 유니털 대통령을 맡고 있다.

내 나이 150살을 먹도록 겪은 일 중에서 가장 치를 떨리게 했던 것은 비록 젊은 30의 나이에 지구순찰대장을 맡으면서 모니터에 나타난 지구 깊숙한 핵의 진동을 모니터로 보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날, 3백인치 모니터에 나타난 지구 대변혁의 현상은 뜻밖에도 맨틀이 충격받아 순간적으로 대륙을 떠 받치던 여러개의 판들이 충돌하는 장면이었다.
지금도 그 때 대충돌의 후유증으로 지구 대기는 태양으로부터 빛을 차단할 만큼의 먼지가 가득하여 한반도와 중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육지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대기의 먼지로 인해 추운 겨울이 백오십년을 이어오고 있다.

지하국의 인공태양 기술을 한반도의 곳곳에 적용하여 사계절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까닭에 반도의 생활은 쾌적하다 하더라도 강우시에 떨어지는 먼지빗물로 산천은 순식간에 흙탕물로 변하기 일쑤이다.

반도의 끝에 붙은 독도는 크게 융기하여 1백8십년전의 바닷가 멀리 떨어진 곳이었던 기록을 제외하면 그저 왜놈들이 달라붙어 죽기살기로 소수민족을 이루어 살고 있는 별천지가 되어있다.

반도의 고민은 독도에도 있는 셈이다.
유니털은 세계화를 위해 모든 민족에게 차별없는 정책을 구사하며 공존할 기회를 주었지만 지하국의 원로들은 유니털의 세계화 정책중 왜놈들을 받아 들인 것 만큼은 몹시 마땅하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왜는 한때 자신의 국토가 환태평양대의 지진으로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을 예측하고 있었는데, 호시탐탐 한반도로 정착할 기회를 노리며 온갖 술책을 일삼아 왔었던 족속들이다. 반도의 사람들이 궂은일을 빨리 잊어 버리는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그들은 삽십오년에 걸친 침탈도 마다하지 않은 뻔뻔한 족속들이었지만 반도의 사람들은 그때의 기억은 역사속으로 밀어넣고 지구대변혁때 오도가도 못하는 왜인들을 가여운 마음으로 받아 들였다.
왜인들은 반도의 귀퉁이를 차지할 마음이 없었다. 멀리 호주라는 전설적인 나라의 땅을 차지할 욕심으로 오랜 준비를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난 이 시점에서 왜인들을 바라보면 그저 설땅조차 없어져야할 비극적인 족속이라는 것에 한점 용서의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라까미하루끼라는 사람은 반동의 오래된 도서관을 집드나들 듯 들락거리더니 어느날 독도의 왜인자치주에서 자신의 발견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의 주장인 즉슨, 고대로부터 왜는 원숭이만 살던 땅이었으며, 그 땅에 씨를 뿌린 것은 고대 백제인들이 따뜻한 땅을 발견하곤 정착을 시작한 것이 자신들의 시조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왜의 조상은 반도이며, 반도는 당연히 자신들의 거처를 마련해 줌은 물론, 손자 국인 왜의 경제적 원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넉두리 같은 주장을 통해 많은 독도의 왜인 자치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고고학자인 셈이다.

다행이 독도의 왜인 자치주에서 활동하는 오카자키라는 사람이 있어 라까미하루끼라는 사람과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오카자키는 원래 조선은 빈 땅이었으며, 왜인들이 반동에 건너가 조상 대대로 씨를 뿌리며 살았던 흔적이 여기저기 발견된다는 주장을 했다. 반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의 주장을 들을 때마다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오카자키는 1592년의 임진왜란을 근거로 왜의 조선경영을 자랑스럽게 떠들어댄다. 1905년의 한일합방 가짜 문서를 들이대며 반도는 왜인들이 지배하던 속국이므로 당연히 왜인들의 곤경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치 않고 있었다.

반도인들은 독도 왜인 자치주에서 이러저리 주장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다만 왜인들도 어쩌면 먼 과거로부터 안배된 자신들의 후예일 것이라는 막연한 동정심에 그들이 까불어 대는 것들에 관심을 보이기 보다는 어떻하면 왜인 여자들의 되바라진 기모노속을 헤집고 다닐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 였다.

반도인 중에는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숲속에서 서로 몰이를 하다 총을 겨눴는데 사냥감은 도망가고 상대방을 향해 쏜 총에 맞아 죽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유니털 행정부는 총기 보유를 엄격히 제안하겠다는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반도의 사냥군들은 동물 사냥이 갖는 위험성에 동의하면서 차라리 독도 왜인 자치주를 지배자의 자격으로 들이닥쳐서 기모노 속을 유린하는 쪽으로 취미생활을 옮기자는 레크레이션 방향이 점차 잡혀가고 있는 추세가 뚜렷했다.

몇일전 신문을 읽어주던 로봇을 발로 걷어 찬 적이 있었다.
로봇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너무 부끄러운 기사 때문에 일어난 헤프닝이었지만, 내가 발끈한 사건의 전모를 간단히 얘기하면 이렇다.

독도 자치주에 반도인 세명이 기모노사냥을 한다고 들어갔다고 한다. 너무 어이없는 일이다.
왜인 자치주는 질병이 만연하고 살기가 취약해 반도인이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다.
당연히 왜인들은 자치주를 넘어 반도로 들어오고 싶어했지만 비자발급을 통해 엄격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는 까닭에 주경계선을 밀입국하는 사람들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와중에 반도인이 그 자치주를 찾아 들어간 것이다.

독도 왜인 자치주에 반도인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엄청난 속도로 퍼지면서 기모노 부대가 보지를 빨아 달라며 수천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압사당한 기모노가 수백명이나 발생했다는 보도였다.

나는 보안담당 김정일 사령관을 호출했다.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해야만 한다.

독도 왜인 자치주의 기모노는 반도 주경계선을 넘는 순간 반도인과 몸을 섞임으로써 문화적 혜택은 물론 반도내 거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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